17세기 카톨릭교는 신의 논리를 계량하여 면죄부를 판매했다. 마틴루터는 이런 카톨릭교의 면면을 따박따박 짚어낸다. ‘95개조 반박문’을 만든다. 이는 카톨릭교의 뿌리를 흔들었다. 사람들은 카톨릭이 운영되는 원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카톨릭교에서 새로운 종파, 프로테스탄트교가 탄생했다. 루터는 세상을 움직이던 논리와 질서를 깼다. 그로부터 종교의 ‘근대’가 시작됐다.
여기 경제학의 ‘95개조 반박문’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95개까지는 되지 않고, ‘23개조 반박문’이다. 장하준은 기존 경제학의 주류이론인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23가지의 논리들 반박한다. 루터가 그러했듯 또박또박 짚는다. 그의 지적은 치밀하고 근거는 촘촘하다. 그의 논리를 따라 가다보면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 단지 자유 시장에 대한 ‘믿음’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이를 방증하듯 장하준도 텍스트에서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운영원리에 대해 ‘신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의 논의 전반이 주류 경제학 질서에 대한 반박에 할애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형태의 대안적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결론부분에서 ‘세계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 8개의 의견을 제시하긴 했다. 그러나 로드맵 수준에 그쳤다. ‘더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답은 다소 성기고 헐겁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에 대한 신화적 ‘믿음’을 깨고 경제학의 ‘근대’를 여는 첫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출판되고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감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이에 멈추지 않고 한국식 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후로 이 책의 존재의미를 더욱 확장시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