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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조 반박문

분류없음 2011/01/12 16:38
서평: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17세기 카톨릭교는 신의 논리를 계량하여 면죄부를 판매했다. 마틴루터는 이런 카톨릭교의 면면을 따박따박 짚어낸다. ‘95개조 반박문’을 만든다. 이는 카톨릭교의 뿌리를 흔들었다. 사람들은 카톨릭이 운영되는 원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카톨릭교에서 새로운 종파, 프로테스탄트교가 탄생했다. 루터는 세상을 움직이던 논리와 질서를 깼다. 그로부터 종교의 ‘근대’가 시작됐다.

 

여기 경제학의 ‘95개조 반박문’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95개까지는 되지 않고, ‘23개조 반박문’이다. 장하준은 기존 경제학의 주류이론인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23가지의 논리들 반박한다. 루터가 그러했듯 또박또박 짚는다. 그의 지적은 치밀하고 근거는 촘촘하다. 그의 논리를 따라 가다보면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 단지 자유 시장에 대한 ‘믿음’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이를 방증하듯 장하준도 텍스트에서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운영원리에 대해 ‘신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의 논의 전반이 주류 경제학 질서에 대한 반박에 할애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형태의 대안적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결론부분에서 ‘세계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 8개의 의견을 제시하긴 했다. 그러나 로드맵 수준에 그쳤다. ‘더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답은 다소 성기고 헐겁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에 대한 신화적 ‘믿음’을 깨고 경제학의 ‘근대’를 여는 첫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출판되고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감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이에 멈추지 않고 한국식 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후로 이 책의 존재의미를 더욱 확장시켜야 할 것이다.

Posted by 無知開

SNS

분류없음 2010/11/18 11:40
 '소셜 네트워크'

 누군가가 이런 점을 상기시켜주었다. 페이스북 가입자 수를 한 국가의 국민 수로 가정할 때 “미국보다 1.5배 많은 인구를 가진 큰 나라가 될 것”이라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국가를 이루진 않았어도 그에 버금가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공동체로 인식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므로 이건 훗날 기록되기를 인터넷 원시시대의 한 거대부족국가의 탄생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고 <소셜 네트워크>는 그 중심에 선 영웅의 이야기로 회자될지도 모른다. 인터넷 시대의 상상적 공동체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그럴지도 모른다.

한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는 20세기 초 거대 신문사 대표의 이야기를 다뤘고 그의 성공과 몰락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의 대표 시민의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그 영화의 제목은 <시민 케인> 이라고 붙여졌다. 말하자면 시티즌 케인. 신문이 근대의 상상적 공동체의 기반이었다면 페이스북은 인터넷 시대의 상상적 공동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같다. 그 진위를 왈가왈부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고, <시민 케인>과 <소셜 네트워크>를 비교하려는 시도도 물론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우린 <소셜 네트워크>가 <시민 케인>처럼 미스터리를 포함한 한 영웅의 이야기인 것에만 관심이 있다. <시민 케인>에 시티즌 케인(Citizen Kane)의 탄생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네티즌 저크(Netizen Zuck)의 탄생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다. 이것이 지금 시대의 불미스럽고 불명료해 더 매력적인 영웅 탄생의 신화다. <소셜 네트워크>는, 네티즌 저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씨네21 , 21세기 영웅의 탄생기, 정한석 글

 
법정에서 펼쳐지는 진실공방은, 각본을 쓴 aaron sorkin의 과거 종적이 그러하듯, 새로운 '힘'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작동하는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장면.

Posted by 無知開
 
 빈곤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단단히 얽혀 있어서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운이 없어 발생한 하나의 사건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원래의 원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허름한 아파트는 아이의 천식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천식으로 인해 구급차를 부르는 빈도가 잦아지게 되며 이는 지불할 수 없는 의료비를 발생시킨다. 지불할 수 없는 의료비는 아이 어머니의 신용 기록을 망쳐 놓고 따라서 자동차 할부금의 이자를 인상시킨다. 그렇게 아이의 어머니는 부득이하게 중고차를 구입할 수 밖에 없고, 값싼 중고차는 그녀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 결과 그녀는 소득능력과 승진에서 제약을 받게 되고 결국 허름한 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건, 뭐.. 끝말잇기인가요...


데이비드 K 쉬플러,<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中
Posted by 無知開